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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신권식씨 1959년 이후 지금도 집필 중 요즘 일기는 가장 각광받는 역사문화의 신소재다. 나아가 일기는 2차, 3차로 정제된 여타 기록보다 '사람'과 '일상'의 냄새가 더 묻어난다는 점에서 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 또 하나의 묵직한 일기가 빛을 보았다. 출생 이후 학업과 군생활 기간을 제외하곤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 대곡마을을 떠난 적이 없는 농촌지식인 신권식(78)씨가 1959년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빼곡히 쓴 일기가 한국 근현대사를 증언하는 사료로 거듭나게 됐다. 경기문화재단은 그의 일기 중 1973년까지 작성된 텍스트를 근거로 농촌생활사를 복원한 연구성과를 최근 '평택 일기로 본 농촌생활사Ⅰ'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이 일기가 담은 방대한 정보는 2009년까지 전 3권으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일기는 사단법인 지역문화연구소 정승모 소장이 국사편찬위원회가 지원한 평택 지역 근현대사 사료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존재가 드러났다. 정 소장은 "일기 작성자가 생존하고 계신 데다 지금도 일기를 매일 쓰시는 중이고, 나아가 공개되면 곤란한 개인 일상사까지 들어 있어 (공개 동의를 받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신씨의 호이자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이름을 따서 '대곡일기'라고 명명한 이 일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정 소장은 무엇보다 농촌의 생생한 생활사 자료라는 점을 들었다. 그에 걸맞게 이 일기에는 매일의 지역사회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특히 신씨 자신의 지출 내역이 날짜별로 기록돼 있다. 나아가 이 일기는 작성자가 생존 중이기 때문에 특정 농촌사회에서, 그리고 시대에 한정되어 사용된 용어를 다름 아닌 일기 작성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정 소장은 덧붙였다. 예컨대 농부들이 품을 교환하거나 고용할 때 노동 시간을 재는 단위로 사용한 '참'이라든가, 농번기에 몇 달 간 고용하는 일꾼을 가리키는 '달몸'의 정체는 신씨의 '해설'을 통해 확인한 사항이다. '대곡일기'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전체를 정서체로 변환해 공간(公刊)하지 못하고, 대신 그에 나타난 농촌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자 했다. 정 소장을 비롯한 연구자 11명이 참여한 이번 1차 성과물에서는 ▲날씨와 농사 ▲간척과 토지이용 ▲농사와 노동력 ▲여성노동 ▲농한기 부업 ▲장시 출입 ▲금융거래와 물가 ▲축산 ▲식생활 ▲의생활 ▲주생활 ▲마을생활 등의 20개 분야로 나눠 일기를 분석했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농업에 기반이 되는 토지이용의 양상, 농부의 1년 노동 주기, 농업노동 관행의 변화, 농촌 금전거래의 양상 및 물가 변동, 부부 관계를 포함한 가족 및 친족 구성원들과의 관계 등을 밝혀냈다. 그 외에도 이북에서 내려와 정착한 월남민들과 토착인의 관계, 국가의 농촌정책 및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 새마을운동이 추진되는 과정, 지방사회에서 선거전이 전개되는 양상, 한 사람의 일생에서 세시풍속이 차지하는 의미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구축했다. 그의 일기가 언젠가 이렇게 활용될 줄 알고 그랬을까? 1962년 1월1일자 일기에서 신씨는 이렇게 적었다. "뜻 없는 歲月(세월)이 如流(여류. 물처럼 흐름)하는 동안 우리의 後面(후면)에 남는 것은 歷史(역사)의 記錄(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