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에 ‘가짜 환자’ 연출까지…“군, 총체적 부실”_카지노에서 추이까지 걸어가다_krvip

늑장 대응에 ‘가짜 환자’ 연출까지…“군, 총체적 부실”_파워캠프에서 승리한 사람_krvip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의 부실 대응 및 가짜 환자 연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사건 발생 후 국방부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육군 22사단 임모 병장이 처음 수류탄을 터뜨린 시각은 21일 오후 8시15분쯤이었다. 사건 후 사단은 오후 8시20분쯤 사고 상황을 접수했지만 임 병장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이후 최고 비상경계 태세로 군과 경찰이 수색에 총동원되는 '진돗개 하나'가 고성 전역에 발령된 것은 사건 발생 2시간 후인 오후 10시12분이었고, 관련 소식은 이보다 더 늦은 오후 10시40분쯤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결국 인근 주민들은 병사가 무장 탈영한 위험한 상황을 2시간이 넘도록 몰랐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대 측이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다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야간이라 도주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 이상 남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차단선을 설정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사건 발생 후 9개 대대 3500여 명의 병력과 특수부대까지 투입해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임 병장은 수색망을 뚫고 10km나 떨어진 고성 명파리 부근 야산까지 이동해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22일 오후 2시13분쯤 임 병장과 수색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지만, 군은 2시간이 넘은 오후 4시30분쯤에야 대피하도록 조치해 주민들은 2시간여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와 함께 군 23일 임 병장의 자살 시도 직후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할 당시 임 병장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대역을 내세워 취재진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후 생포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군 당국이 내세운 '가짜 임 병장'의 후송 사진과 화면으로 도배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강릉아산병원으로, 2대는 강릉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며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29 구급차(민간 응급환자 후송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밝혔다.

군은,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장병을 임 병장으로 취재진이 오인하도록 응급실로 이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그 사이에 진짜 임 병장은 이미 응급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에게 보고됐고 그렇게 하기로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병장 후송 이후에라도 그 같은 사실을 즉각 확인해 주지 않는 바람에 언론의 오보를 양산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임 병장 생포 직후 그를 후송하는 병원이 처음에는 국군강릉병원이라고 했다가 강릉동인병원으로 변경한 뒤 다시 강릉아산병원으로 정정했다.

이 역시 취재진이 임 병장이 후송되는 병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강릉동인병원으로 향한 구급차 2대도 취재진의 눈을 돌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은 '병원 측이 대역을 내세워 취재진을 따돌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경위에 대한 진실공방 양상이 전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내고 "이런 조치(가상의 환자 운용)는 국방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살을 시도한 사고자의 위중한 상태를 의료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며 "그러나 이런 조치 이후 언론에 설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은 군 사령탑의 애매모호한 부재 상태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방부장관은 지난 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관진 실장이 겸하면서 김 실장이 두 개 기관을 지휘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3년6개월 동안 김관진 장관 체제가 이어지면서 군 개혁과 인사쇄신이 정체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