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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문래동에는 천 개가 넘는 철공소들이 한 데 모여 있는데요,

한 때 재개발 위기까지 겪었지만, 지금은 우리 뿌리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정윤섭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굉음과 함께 강철판 한 가운데가 줄줄이 깎여 나갑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47년 경력 장인의 눈빛은 매섭습니다.

한 때 미사일도 깎았고, 잠수함 부품도 이 손을 거쳤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배운 기술이 천직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유대수(유수기공 대표/절삭 경력 47년) : "장사도 해보고 해봤는데, 어차피 이걸 배웠으니까 그냥 이 길로 가자 해서 지금까지 온 거죠."

시뻘건 고로에서 쇳덩어리가 녹는 동안, 흙을 다져가며 틀을 만듭니다.

같은 자리에서 45년, 힘에 부쳐도 일을 놓지 못합니다.

<녹취> 권영섭(신안주물 대표/주물 경력 45년) : "(일을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없나요?) 네 없어요. 전부 며칠 하다 말고, 식구들도 싫어하는데.."

1970년대부터 조성된 문래동 철공 골목.

지금은 천 3백여 개 업체가 밀집해 있습니다.

경기 침체에다, 대량 생산이 어렵다 보니 일감이 줄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40년 넘게 한우물만 판 이 업체는 수출로 눈을 돌렸습니다.

연 매출 20억 원, 이웃 동료 장인들과의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인터뷰> 손길배(우진정밀 대표) : "회원끼리 같이 협업을 하다 보니까 서로 주고받고 좋은 기술 있으면 서로 얘기도 해 주고, 나도 또 도움받을 것 있으면 물어 보고 하니까..."

최근 예술인들이 모여들며 새로운 도심 속 명소로 떠오른 문래동 철공 골목,

차가운 기계 소리 가득했던 이곳에서 이제 희망이 느껴집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