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같은 ‘순환출자’…지배구조 손 본다_엔젤 가디엘의 돈 벌기 위한 기도_krvip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지배구조 손 본다_게임하는 놈들 내기_krvip

<앵커 멘트>

'0.05%'.

신격호 총괄 회장이 갖고 있는 롯데 그룹의 지분입니다.

이 작은 숫자로 계열사 80여 개, 연매출 83조 원의 대기업 집단을 수십년간 쥐락펴락했습니다.

이런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지금 보시는 게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만든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순환 출자 도표입니다.

호텔 롯데를 중심으로 4백16개의 순환 출자 고리가 마치 반도체 회로처럼 얽혀있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 만으로 한국 롯데 그룹 지배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호텔 롯데의 최대 주주는 지분 19%를 가진 일본 롯데 홀딩스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큰 72.65%의 지분을 가진 건 1에서 12까지 번호를 붙여 나눠진 'L투자회사' 집단입니다.

다시 말해 호텔롯데를, 또 롯데그룹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건 바로 'L투자회사'들인 셈입니다.

이들의 정체는 뭘까...

12개 중 하나인 'L제2투자회사' 주소지를 따라가 보니 다름 아닌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문패가 달린 저택이 나옵니다.

이 회사가 신 총괄회장의 개인회사이거나 적어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만약 12개 L투자회사가 모두 신 총괄회장의 개인회사라면,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동안 L투자회사의 정체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것도 LOTTE 오너가의 폐쇄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기업들의 지배 구조 개선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 회의가 열립니다.

황현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늘 당정 협의에선 재벌 총수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집중 논의됩니다.

이미 법으로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 외에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압도적 1위인 롯데를 비롯해 다른 대기업 집단들도 점검 대상입니다.

<녹취> 김정훈(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자기 개인 기업처럼 막 좌지우지하는 부분들은 경제정의에 부합하지가 않잖아요. 그건 끊어야 됩니다."

여기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자사주 취득과 매각 등 투명한 경영권 승계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제2의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고강도 재벌 압박에 나섰습니다.

국내 법인에만 적용되던 상호출자 규제를 해외 법인까지 확대하고, 다음달 국정감사에 신동빈 롯데 회장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증인 채택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법화하기 위한 여야 원내지도부 회담도 제안했습니다.

<녹취> 이종걸(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롯데 재벌의 골육상쟁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재벌에게 감세 정책을 해 왔습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에 한해 해법을 모색하자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노동과 재벌 개혁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