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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원 죽음 그 후 7개월… 다시 거리로 나선 경비노동자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로 근무하던 최희석 씨는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기 힘들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입주민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최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함께 분노했는데요.

이후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금지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령을 추가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 경비노동자들은 여전히 입주민 갑질과 고용 불안 등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감원 중단 및 권리보호 촉구’ 기자회견
■ 관련법 있지만… "구체적 대안 없고, 고령 노동자 외면"

지난 10월 입법 예고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반영하고, 입주민의 인식 개선과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 안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개정안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정부가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근무환경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여기에도 경비노동자 장기 근로계약이 정착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 정도만 있을 뿐, 이를 보장하는 구체적 대안은 빠져 있습니다.

기간제지만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본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은 어떨까요?

만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는 이 법에서 예외입니다. 고령 노동자는 기간제로도 2년을 초과해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형태든 일단 고령자가 장기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고령자에게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섭니다.

문제는 이렇게 법의 보호에서 비껴가 있다 보니 위탁·경비업체가 관리비 절감 등을 명목으로 경비노동자와 3개월, 6개월 단위의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맺는 게 쉬워졌다는 겁니다.

계약 연장이 안 되면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경비노동자들은 입주민 갑질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만료 시점이 몰리는 12월은 경비노동자들에게 '공포의 시기'입니다.


■ 속속 대책 마련하는데…내 일 아니라는 대구시

이 같은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울과 경기 등 여러 지자체는 시 차원의 경비노동자 인권보호조례 등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또, 아파트 입주민과 위탁·경비업체, 경비노동자 간 상생협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경비노동자들의 조직 결성과 활동을 지원합니다. 전담 상담센터나 마을노무사 등을 마련해 권리 침해 시 법적·경제적 회복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대구에서도 수성구, 달서구, 서구의회에서 잇따라 경비노동자 인권보호 조례가 제정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경비노동자들은 일부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조례 제정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시 차원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 대구시는 각 구·군이나 아파트 관리 주체가 담당할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
"물론 시에서 경비노동자들을 위해서 노력은 해야 하겠지만, 이게 사실상은 아파트 관리 주체와의 문제거든요. …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한 만큼 다른 구·군에서도 아마 점차 조례를 제정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 피해당해도 내 일이라 말 못하는 '임계장', '고다자'


취재진이 만난 경비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공통적으로 꺼낸 말이 있습니다. 바로 "내 일은 아니고, 다른 경비원 얘긴데…." 입니다.

이야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사실 내 얘기"라고 터놓는 경우도 태반이었는데요. 피해 사실을 익명으로 터놓는 것조차 경비노동자들에게는 두려운 일인 셈입니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사는 시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경비노동자의 고단한 일상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라고 불릴 뿐, 그들의 고단한 일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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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7687